말레이시아에서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드론을 개발해 농가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드론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인애플, 사실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자 명품백 역할을 했다.
부의 상징 파인애플
지금은 계절 상관없이 통조림으로도 먹을 수 있는 파인애플이지만, 17~18세기 무렵에는 유럽에서 장식품이자 부의 상징이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영국 왕 찰스 2세의 초상화다. 그림 속 정원사는 무릎을 꿇고 파인애플을 선물로 주고 있다. 마치 꽃다발을 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외국의 귀빈이 방문했을 때는 식탁 위 과일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는 파인애플이 놓였다. 파인애플은 과일이 아닌 상징적인 요소였다. 부와 위신을 상징하고 환대하는 의미가 있었다.
파인애플을 명품백처럼 들고 다녔다?
파인애플은 17세기 식사 자리의 테이블을 장식하는 데 쓰였다. 즉, 귀족들이 자신의 신분을 뽐내기 위해 파인애플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아직까지 공급량은 적고 수요가 치솟는 탓에 파인애플은 고가품이자 사치품이었다. 과일로 먹지는 않고 파티 테이블에 다 썩을 때까지 오르내렸다.
워낙 고가품이 되자 일부 귀족들은 특별한 파티를 위해 파인애플을 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파인애플은 사치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자신의 부를 강조하기 위해 마치 명품백처럼 파인애플을 들고 다니는 트렌드가 생긴 것이다. 귀족들은 초상화를 그릴 때 꼭 파인애플을 들고 있는 포즈를 취했다.
고귀한 파인애플 금지령에 처하다
이렇게 귀하디 귀한 파인애플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바로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파인애플을 껍질째 먹다가 입안에 상처가 났기 때문. 크게 분노한 루이 14세는 파인애플 재배 금지령을 내렸다. 그후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가 물러난 이후에야 파인애플 금지령에 없어졌다.
19세기 후반, 하와이에 파인애플 농장이 설립되고 운송비가 저렴해지면서 가격도 떨어지게 됐다. 더 이상 ‘고가’가 아닌 파인애플에 귀족들은 흥미를 잃어버렸다.
친환경 파인애플 드론
2017년 말레이시아 푸트라대학 연구팀은 파인애플을 수확한 후 버려지는 잎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로부터 65km 떨어진 훌루 랑갓 지역의 농가에서 파인애플 잎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파인애플 잎 속의 섬유를 활용해 드론용 프레임을 비롯해 내구성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파인애플 드론은 최대 1,000m 높이까지 날 수 있으며 약 20분간 운행 가능하다.
파인애플 드론은 바이오 복합 소재로 만들어져 합성 섬유로 만든 드론보다 내구성이 높은 데다 가격은 저렴하고 가볍다. 땅속에 묻으면 약 2주만에 완전 분해된다. 즉, 플라스틱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그동안 파인애플 잎을 소각해 대기오염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파인애플 드론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파인애플 드론은 작물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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