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그룹 ‘MSCHF’이 고가의 명품 핸드백을 해체해 슬리퍼로 만들어 이목을 모았던 바 있다.
슬리퍼의 원자재로 사용한 명품 가방은 무려 ‘에르메스’의 대표 핸드백 라인인 '버킨백’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만든 슬리퍼는 버킨백을 잘라 붙여 만들었다는 의미로, 버킨백의 '버킨'과 재고, 물품을 뜻하는 '스톡'을 합성한 '버킨스톡'(Birkinstock)이다. 현재 버킨스톡은 온라인으로 주문 및 구매할 수 있으며, 사이즈와 재질에 따라 판매가는 최저 3,800만 원에서 최고 8,5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상당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잔량은 10쌍 미만이다. 가수 ‘켈라니’, 래퍼 ‘퓨처’ 등 유명 인사들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대체 에르메스 버킨백이 뭐길래, 이 핸드백으로 만든 슬리퍼까지 화제인 것일까?
버킨백은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핸드백 라인이다. ‘버킨’이라는 이름은 영국과 프랑스를 주 무대로 활동한 배우이자 모델인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킨백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이다. 버킨백의 정가는 무려 4만에서 5만 유로, 한화로 약 7천만 원 상당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유명 인사들이 애용하면서 버킨백은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만들게 된 시발점, 즉 그 탄생 일화는 상당히 유명하다.
지난 1984년 당시 에르메스의 사장 ‘장 루이 뒤마가’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영국 가수이자 여배우 ‘제인 버킨’ 옆에 앉게 된다. 당시 버킨은 낡은 토트백을 들고 있었고, 그 가방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었다. 이에 장 루이 뒤마가는 버킨에게 새로운 핸드백 디자인 개발을 제안했다.
버킨은 기존 에르메스의 유명 핸드백인 켈리백이 실용성이 적다며,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수첩을 넣을 수 있는 포켓을 단 가방을 요구했다. 이에 장 루이 뒤마가는 버킨의 요구대로 가방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렇게 탄생하게 된 가방이 바로 버킨백이다.
버킨백은 최저가가 7500달러로, 현재는 켈리백과 함께 에르메스 매출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효자 제품군이다.
에르메스는 상당한 고가 정책으로, 명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다. 이처럼 에르메스가 비싼 이유는 뭘까?
우선 에르메스의 가죽제품은 가죽 전문가가 전 세계를 돌며 선정한다. 특히 가죽에 있어 에르메스만의 기준이 있고, 이에 걸맞은 가죽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가죽 상태가 좋지 않은 해는 한 해 동안 악어가죽 가방 생산을 중단할 정도로 에르메스의 기준은 철저하다. 때문에 에르메스 가방은 소량으로 제작되며, 구매를 위한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다.
에르메스의 제품은 모두 장인들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파리 근교 팡탕에 위치한 공장에서 500여 명 장인의 손을 거치게 되며, 한 장인이 18시간 동안 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에르메스는 프랑스에서 최소 5~7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된 장인만이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특히 에르메스 중에서도 초고가 라인인 버킨백이나 켈리백은 교육과정을 마치고도 7~10년 정도의 경력을 쌓은 장인들만이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각 제품마다 장인, 공방, 연대를 표시하는 고유 번호가 새겨진다. 이는 만약 제품이 손상되면 해당 제품을 만든 장인이 직접 그해 보급된 똑같은 가죽을 이용해 완벽하게 수선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수선이 맡겨진 가방은 최대한 가방의 초기 상태와 유사하게 수선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철저한 품질관리는 창업 이후 170년이 흐른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에르메스는 ‘고급’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재고를 할인 판매하는 것을 포기하고 모두 폐기.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차 제품마저도 모두 소각하며, 가방뿐만 아니라 구두, 스카프 등 팔지 못한 모든 제품은 모두 불태워진다. 에르메스 코리아 역시 2~3년에 한두 번꼴로 재고를 소각한다.
또한, 에르메스는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인터넷 중고시장 등에서 자행되는 불법 판매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특별 부서도 운영한다.
제인 버킨은 지난 2015년 에르메스 측에 가방 모델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던 바 있다.
이는 제인 버킨이 에르메스 버킨백에 사용되는 악어가 잔인하게 죽임당한다는 것을 알고, 에르메스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킨은 에르메스의 제작 방식이 국제 규범에 맞을 때까지 가방 모델명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버킨백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악어 세 마리의 가죽이 사용된다. 특히 악어를 충격기로 기절시킨 뒤 껍질을 벗겨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해 에르메스 측은 “악어 관리에 있어 공급업체들에게 10년 넘게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 기준에 따라 매월 검사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에르메스는 “가방 제작을 위해 악어 농장을 세운다"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해당 악어 농장은 최대 5만 마리의 바다악어 양식이 가능하며, 여기서 키워진 악어는 에르메스의 핸드백과 지갑, 신발 등의 가죽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동물 단체들은 즉각 비판에 나섰지만, 에르메스 측은 “자사에서 직접 양식 운영에 참여해 완제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라며, “계획을 그대로 강행한다”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에르메스에 대한 동물 학대에 대한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고가 정책과 다양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십 년째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에르메스 매장에서 3000만~4000만 원 이상을 구매한 실적을 쌓아야 한다.
최근 많은 브랜드가 동물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타 브랜드와 달리 동물 학대 논란을 안고도 에르메스가 계속해서 3대 명품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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