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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앞두면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이유

회사, 대학생활

by 이바우미디어 2021. 5. 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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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랜만에 잠깐 친구가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 아침부터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너저분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어 집을 정리하고 대충 함께 먹을 것도 준비해놨다. 전혀 어려운 손님도 아니고 친한 사이이지만, 왠지 준비가 미흡한 것만 같다.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충분한데도 준비를 다 마치지 못한 기분이 계속해서 든다. 결국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왜 그럴까?

 

약속 있으면 정신적 부담 느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피셔비즈니스칼리지의 마케팅 부문 교수인 셀린 맥카크는 "우리는 약속 직전에 시간이 없다는 정신적 부담을 지는 듯싶다. 어떤 일이 다가오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추가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시간을 두고 잘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맥카크 연구진은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과 실생활을 토대로 8차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온라인으로 모집한 200명 상당의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에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한 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 물었다. 가상의 상황은 한 시간 안에 친구가 방문할 것이지만, 이미 준비를 마쳤다는 시나리오라고 소개했다. 다른 집단에는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은 가상의 상황을 제시했다.

 

그 후,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얼마나 시간을 쓸 수 있는지 두 물었다. '주관적으로' 얼마나 독서에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느끼는지 여부도 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집단은 모두 주어진 1시간 중 50분 상당을 독서하는 데 '객관적으로'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약속을 앞둔 집단이든, 일정이 없는 집단이든 50분 상당은 객관적으로 독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결과를 뒤집어 보자면, 온전히 1시간의 여유가 주어진 상황에서조차 사람들은 10분을 별도로 남겨뒀다. 연구진은 실제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시간을 따로 마련해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객관적 판단이 아닌 주관적 느낌을 물었을 때의 결과는 어떨까?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고 안내받은 집단은 10분을 더 제외해 약 40분 정도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설문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일정표를 주고 각 일정별로 준비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표시하게 했다.

 

그 후 연구진은 연구실 방문을 제안했다. 연구실 방문은 30분짜리 방문과 45분짜리 방문으로 구성됐으며, 참가자들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30분짜리 방문을 선택할 경우 보상으로 2.5달러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45분짜리 방문을 택하면 두 배인 5달러를 주기로 했다.

 

이후 연구진은 연구실 방문 일정을 두 집단으로 나눠 따로 알려줬다. 한 집단에는 연구실 방문 시간을 특정 일정 한 시간 전으로 계획했으며, 다른 집단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는 시간대로 정했다. 가령, A라는 참가자가 3시에 친구와의 약속이 있으면 2시에 연구실 방문 일정을 잡아두는 식이었다.

 

연구 결과, 약속이 잡혀 있었던 참가자들은 45분짜리 방문을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도 30분짜리 방문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일정 없으면 일 더 많이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뿐이 아니었다. 추가 실험 결과, 사람들은 임박한 일정이 없을 때 대체로 더 많은 일을 했다.

연구진은 일정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돼서 더 많은 참가자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5분 정도 기다릴 수 있겠냐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각자 할 일을 해도 좋다고, 기존 실험 참가자들에게 제안했다. 그 후 갑자기 생긴 5분을 실험 참가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관찰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에 접속하거나 했다.

 

그러나 이후 일정이 있었던 사람들과 없었던 사람들 사이에는 시간 활용에 차이가 있었다. 일정이 있었던 사람들은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일정이 없었던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 일정이 있었던 사람들은 5분 동안 평균 1.86개의 일을 했지만, 일정이 없었던 사람들은 그보다 많은 2.38개의 일을 할 수 있었다.

 

시간 비효율적으로 보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일정이 계획돼 있으면 시간을 덜 효율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맥카크 교수는 "할 일을 앞두고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짧게 느껴진다"라면서 "2시간 후에 미팅이 있으면, 큰 일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거나 덜 생산적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작게라도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맥카크 연구진은 약속을 한꺼번에 몰아서 계획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중요한 일을 해야 할 때 긴 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상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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