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 만난 상대방의 인상을 재빠르게 판단한다. 소개팅처럼 연인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약간이
라도 있는 자리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첫 만남에 나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호감 느끼는 데 0.1초
프린스턴 대학 연구진이 200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매력적인지, 호감이 가는지 판단하는 게 걸리는 시간은 고작 0.1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증명사진 70장을 보여주고 호감도와 매력도를 평가하게 했다. 첫 번째 참여자 그룹에게는 사진을 0.1초만 보게 했고 두 번째 참여자 그룹은 0.5초 사진을 보게 했고 세 번째 그룹에는 사진을 1초간 볼 수 있게 했다. 세 그룹 모두 아주 짧은 시간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제한을 하지 않고 사진을 찬찬히 살피며 인상을 파악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인상의 77%가 0.1초 만에 결정됐다.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 초반에 판단한 호감 또는 비호감을 굳힐 뿐이다.
인상(impression)이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총체적으로 요약된 평가를 뜻한다. 첫인상은 일단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초두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호감 갖는 데 걸리는 시간 12분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는 데 걸리는 시간이 0.1초보다 더 길다고 주장한 심리학 박사도 있다. 도나 도슨 박사는 2,000명을 대상으로 첫인상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대방에게 호감 또는 비호감을 느끼는 데 12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12분도 짧게 느껴지지만, 프린스턴대학의 0.1초 이론보다는 꽤 긴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이 사진만 보고 인상을 평가하게 한 것과 달리 실제로 상대방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을 측정했기에 더욱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당 연구에서 호감을 쌓는 데 도움 되는 요소에는 미소와 눈맞춤이 가장 중요했고, 좋은 향기, 좋은 목소리, 깔끔한 옷차림이 있었다.
금사빠는 밥을 먹었을까?
영국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도 흥미롭다. 영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조사했는데 대부분 사랑에 빠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한 달 이상이었다. 데이트 횟수는 9번 정도 필요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랑에 빠지는 데 가장 좋은 데이트 방법이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장류의 뇌보다는 동물적인 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배고픔이나 식욕도 동물적 뇌에 가깝다. 즉, 사랑을 느끼는 부분과 배고픔을 느끼는 부분이 멀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식사를 하면서 뇌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돼 행복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즉, 첫인상이 괜찮은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면 옥시토신 호르몬이 더 좋은 감정을 갖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호감이 소송도 막아준다
연애할 때만 호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호감은 경제적 이익까지 가져다 줄 수 있다. ‘Likeonomics’는 ‘like’와 ‘economics’를 결합해 만든 조어로 호감 경제학이라 일컬을 수 있다. 호감이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요소라는 의미다. 용어를 만든 로히트 바르가바 마케팅 교수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논리, 전략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호감 경제학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토론토대학 연구진은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의사와 단 한 번도 소송을 겪지 않은 의사의 특징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소송을 당한 경험이 없는 의사들에게 공통점이 발견됐다. 소송을 당한 의사보다 평균 3분 정도 시간을 환자에게 더 할애했다는 것이다. 환자를 더 많이 보고 미소 짓고 귀를 기울인 의사들은 소송을 당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호감에 미치는 요인
예쁘고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가 첫인상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외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정이다. 캘리포니아대학 알버트 메라비안 심리학 교수에 따르면,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인의 55%는 표정이다. 목소리처럼 청각 요인은 38%를 차지했다. 찡그린 얼굴이나 그늘진 표정보다 웃는 얼굴, 밝은 목소리에서 호감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만남이 비대면이라면 어떨까? ‘행복 소통의 심리’ 책에 따르면, 화상면접을 비롯해 영상이 포함된 미디어로 만날 경우 외모와 의상이 중요했다. 전화나 오디오 강의로 만날 때는 음성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처음 만날 때는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나 이미지, 또는 그 사람이 작성한 글 등이 첫인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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